[오리지널 콘텐츠]빌라선샤인 워크북, 이렇게 사용해보세요!


빌라선샤인에서는 약 3주에 한 번씩, 멤버들이 함께 모여(요즘은 화상 회의 앱 '줌'으로 모이고 있습니다) 지나온 한 주를 돌아보고 다가올 한 주를 준비하는 '모닝뉴먼스라운지'를 진행합니다. 스피커와 강연 내용이 정해져 있는 대부분의 프로그램들과는 다르게, 멤버 각자가 자신의 일과 삶을 회고하고 그 이야기를 그룹별로 나누는 모임이에요.

'회고'라는 행위도, 빌라선샤인에서 시즌 굿즈로 멤버들에게 나눠드리는 워크북도 당연히 모두에게 처음부터 익숙한 것은 아닙니다. 회고란 과연 무엇이고, 일하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빌라선샤인의 워크북은 이 '회고'를 어떻게 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을까요?


일과 삶에서 얻은 나만의 경험을 그대로 흘려버리지 않도록


요즘 메모나 기록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면서, 나의 경험을 언어로 정리하는 게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회고도 그 '기록'의 한 종류인데요, 회상이 '돌아보고 떠올리는 것'이라면 회고는 '돌아보아 고함'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나의 기억을 떠올리는 게 아니라 청자가 있다는 것입니다. 개인 회고라면 그 청자는 나, 팀 회고라면 동료가 될 테지요.

청자가 존재한다는 건 어떤 이야기를 할지 먼저 정리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회고의 방법은 특별히 정해져 있지 않아요. 내가 한 일을 정리해서, 나에게 잘 남을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면 충분하죠. 각자에게 맞는 방법은 다르기 때문에 나에게 맞는 것은 무엇인지, 나의 경험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을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찾은 다음 꾸준히 반복하면 돼요. 다만 처음부터 모든 것을 만들어야 한다면 회고를 시작하기조차 어려울 수도 있기에, 빌라선샤인에서는 '뉴먼스 워크북'을 만들고 그 안에 회고 관련 섹션을 따로 마련했습니다.
 


회고를 위한 빌라선샤인 워크북의 구성 원리 : ORID


장표 오른쪽 하단에 삽입된 이미지 출처: https://martingilbraith.com/



워크북은 'ORID(objective-reflective-interpretive-decisional)'라는 대화 기법을 차용해 설계되었습니다. ORID는 원래 예술 감상의 기법 중 하나로 사용됐던 것인데요,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병사들을 치료하는 과정에도 활용되었습니다. 참전 병사들의 트라우마가 무척 심했기 때문에 치료를 위한 대화를 시작하기가 어려웠다고 해요. 그들의 몸은 현재에 있지만 생각이나 정신은 아주 먼 과거, 아니면 미래에 가 있었던 것이죠. 그래서 지금 이 곳에서 그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카고 대학의 철학과 교수이면서 참전 용사들의 치료를 돕고 있었던 조지프 매튜 교수가 ‘이 사람들이 자신을 여기에 온전히 가지고 올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뭘까?' 고민하던 중 미술 작품 보는 방법을 차용하여 각자의 시선을 지금, 여기로 데리고 오도록 개발된 대화법이 ORID입니다. 객관적인 사실을 파악하고, 내적 반응을 관찰하고, 핵심 의미를 파악하고, 그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아차리며 나만의 결론을 내리는 네 가지 단계로 구성됩니다. 



이 ORID 방식을 기본으로 하는 빌라선샤인의 워크북은 크게 다섯 단계로 구성돼 있습니다.


웜업(WARM-UP): 나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한 장면 떠올리기)
돌아보기: 지난 한 주 한 일과 경험한 것을 모두 기록하기&매일의 상태와 기분 체크하기
격려하기: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거나 격려해주고 싶은 부분을 쓰기
정리하기: 배운 점과 아쉬운 점을 남기기
랩업(WRAP-UP): 다음 주에 만들고 싶은 장면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기



웜업(WARM-UP)


한 주 동안 인상적이었던 장면 하나를 떠올리며 회고를 시작합니다. 머릿속으로 한 장의 사진을 찍는다고 상상해보세요. 그 장면에 왜 나의 기억에 남아있는 지도 함께 씁니다. 대충 '지난주 좋았지' 혹은 '별로였어'라고 쓰지 않고 왜 좋았는지, 왜 별로였는지 구체적으로 생각해야 거기서 파생되는 배운 점과 아쉬운 점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거든요.


돌아보기


그러고 나면, '돌아보기' 단계로 넘어갑니다. 경험한 일들을 생각나는 대로 떠올려봐요. 내가 기억하지 않으면 분명히 벌어졌던 일임에도 없었던 일이 되고, 나와 연결되지 않는 일이 되기 쉽거든요. 나에게 의미 있고 꼭 기록해두고 싶은 일들을 이 단계에 써둡니다. 더불어 일주일 동안 나의 상태가 어땠는지도 체크해서 그래프를 만들어요. 특히 이 단계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피드백 주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우리가 매번 각자의 상태를 체크하면서 일하고 살아가기란 어렵잖아요. 이 시간을 일부러라도 확보해서 어떨 때 내가 좋고 힘든지, 어떨 때 소진됐다고 느끼는지 확인할 수 있죠.


격려하기


지난 한 주 내가 한 일들을 돌아봤으니, 자신을 격려하는 시간도 가져야겠지요. 성취를 기록하고 나를 칭찬하는 것이 이 단계의 목표입니다. 자기반성은 우리에게 너무 쉬운 일이에요. '이게 아쉽다' '더 잘할 걸'이라는 생각에 자주 빠집니다. '격려하기'를 통해 자기반성에 경도되지 않고, 놓치기 쉬운 자기 자비를 실천해요. 자기 자비란 내가 나에게 너그러울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인데요, 1) 자기 자신을 향한 친절 2) 보편적인 인간성을 인지 3) 판단하지 않는 것, 이렇게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이 시간만큼은 나 자신을 너그럽게 바라보며 무엇을 잘했고 어떻게 성장했는지 돌아봅니다.


정리하기


지난주의 경험 안에서 나는 무엇을 배움의 자양분으로 삼아 앞으로 나아갈까요? 어디서 아쉬움이 남는지, 배운 것이나 새롭게 알게 된 건 무엇인지 정리합니다. 특히 아쉬운 점을 기록할 때는 외부적 요인과 내부적 요인을 같이 생각해보세요. 나의 반성도 중요하지만, 나를 둘러싼 환경이 변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많은 분들이 이 단계를 작성하다가 이렇게 묻습니다.


"제 일상은 늘 똑같은데요?"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데, 어떻게 회고하나요?"



두 가지로 나눠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우선, 아무리 회고해도 의미 없다고 느껴지는 일들이 계속된다면 상황을 바꿔봐야 한다는 신호라고 생각해도 좋겠지요. 또 하나는, 같은 일이 반복된다고 해서 그 일을 하는 '나' 또한 꾸준히 같은 사람인지 질문해보는 것입니다. 일과 특정한 상황, 지금의 내가 만나서 무엇이 남았는지를 보는 게 중요해요. 


랩업(WRAP-UP)

 

마지막으로 다가올 한 주의 주요 일정을 정리합니다. 어떤 일이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오는 불안을 덜어보는 단계입니다. 일정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도 중요해요. 우리는 각자 많은 일을 해야 하지만, 그 모든 일들이 똑같은 가치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죠. 어떤 일에 포커스를 맞춰서 다음 한 주를 살아낼지 내가 정하는 거예요. 우선순위가 아닌 일들은 쉬어 가거나, 우선순위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유능감을 느껴봅시다.

지난 한 주 동안 인상적이었던 장면 하나를 통해 회고를 시작했듯, 원하는 장면 하나를 상상하며 회고를 마무리합니다. '다가올 주에는 이런 장면을 만들고 싶은데, 그렇게 되려면 내가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해보는 시간이 될 거예요.



나의 삶을 구성하고 있는 구체적인 동사를 찾자


책 <내 언어에 속지 않는 법>에는 이런 부분이 있습니다.


“내 직업의 이름을 영어로 적고 나면 본격적으로 ‘뭘 했는지’ 동사로 묘사해야 하는데(...) 학생들에게 자신의 직무를 설명해보라 하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너무 잡다해서” 술술 말하기 힘들다고 한다. 여기서 '잡다한 일을 한다'의 '잡다'를 버려야 한다. 다재다능한 나에게 일종의 경멸을 심는 말이다. 이 경우 '나는 여러 성격의 많은 일을 한다'라고 말하는 것으로부터 이력서 쓸 준비는 시작된다.”

– 허새로미, <내 언어에 속지 않는 법>


영어 강사인 저자는 학생들에게 영어로 이력서 쓰는 법을 알려주는 과정에서 놀랍니다. 이력서를 쓰기 위해서는 각자 어떤 일을 했는지 정리해야 하는데, 많은 학생들이 '저는 잡다한 일을 해요'라고 자신의 일을 설명했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저자는 이 일들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동사를 가지는 것이 우리에게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평소에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그 일을 나만의 렌즈와 전문성을 가지고 어떻게 하고 있는지 정리해둬야 정말 필요한 순간에 사용 가능한 동사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회고하면서, 내 일과 내 삶을 구성하고 있는 동사들이 무엇인지 발견해봐요.
 



WORDS. 홍진아 (빌라선샤인 대표)
EDIT. 황효진 (빌라선샤인 콘텐츠 디렉터)


빌라선샤인이 만든 회고를 위한 워크북은 빌라선샤인 멤버도, 멤버가 아닌 분들도 구매 가능합니다. 전시나 북토크, 온라인 프로그램 등 다양한 경험과 그 경험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기록하고, 한 주 동안 나의 일과 삶을 회고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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