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콘텐츠][시즌 3 회고] 우리에게는 일을 뺀 삶도 있으니까


빌라선샤인은 요즘, 시즌 3를 잘 마무리하고 다가올 시즌 4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시즌 3를 진행하는 동안, 혹은 빌라선샤인이 문을 연 지 약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팀선샤인의 네 사람은 무엇을 생각하고 또 느꼈을까요? 무엇이든 회고하는 습관을 가진 팀선샤인 홍진아, 황효진, 이주하, 신지혜가 빌라선샤인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가장 기억에 남는 '한 순간'을 꼽았습니다.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기 전, 프로그램을 기획하다 보면 늘 고민에 빠집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일에 당장 써먹을 수 있는 노하우 또는 기술인 것 같은데, 그럼 일 관련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기만 하면 되는 걸까? 각자의 일에 필요한 기술은 다 다를 텐데 이 모든 것을 빌라선샤인에서 다 다뤄야 할까?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입장이다보니 눈에 보이는 쓸모가 확실한 프로그램만 기획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기가 쉽지 않아요.

그러나 우리의 삶은 일로만 구성되어 있지 않습니다. 협업이나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문제를 빌라선샤인에서 함께 풀어보려고 하는 이유 또한 결국 나 혼자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타인과 제대로 잘 관계 맺기 위해서니까요. 이러한 맥락에서, 시즌 3의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의 감각을 함께 길러보는 일이었습니다. 임경지 전 서울시 청년정책위원회 공동위원장과 함께하는 ‘선샤인 오피스아워’ 주거편에서는 각 정당들이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고 주거 관련 정책들을 내놓았는지 살펴보는 동시에, 우리에게 필요한 내용을 실제 정책에 반영하도록 목소리를 내는 방법은 무엇인지 알아봤습니다. 최주영 변호사와 함께 선거법 관련 사항들을 배워보거나, <듣똑라>의 이지상 기자와 ‘세상을 바꾸는 여성들’이라는 주제로 한국 정치 속 여성에 관해 이야기 나누기도 했고요. 시즌 3가 막 시작된 후, 페미니스트 지리학을 공부하고 있는 뉴먼 장한빛 님과 소수자를 배제하지 않는 공간은 어떤 곳인지 고민해보며 ‘노키즈존’이 왜 사라져야 하는지 대화했던 시간도 떠오릅니다.

요즘 곳곳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접하다 보면 그 어느 때보다 시민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누군가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 나와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 약자와 소수자를 배제하거나 차별하지 않는 것. 너무 원론적인 이야기라 글로 쓰기에 다소 민망해지는 이런 일들도 꾸준히 배우고 생각하고 서로 나누지 않으면 쉽게 잊어버리게 되지요. 이제야 커뮤니티가 무엇을 해야 하는 곳인지 알 것 같아요. 우리 커뮤니티라는 공동체뿐만 아니라, 사회라는 더 큰 공동체 속에서 어떻게 한 명의 구성원으로 ‘함께’ 살아나갈 것인지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곳이겠지요. 빌라선샤인 네 번째 시즌의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일이 조금 덜 두려워졌습니다. 



빌라선샤인 시즌 3 베스트 모멘트 :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 기념 여성들의 문장 이어 읽기

3월 8일 여성의 날 전날 밤, 빌라선샤인은 온라인으로 다른 여성들과 함께 모였습니다. 원래 진행하기로 했던 <뉴먼스 랠리 2020: 쉐이크 더 테이블>을 코로나19로 인해 4월 5일로 연기한 후였어요. 모인 여성들은 각자 낭독하고 싶은 문장을 인터뷰나 책, 영화 등에서 골라와 소리 내 읽고 왜 이 문장을 같이 나누고 싶었는지 이야기했습니다. [문명특급]의 재재(이은재 PD)부터 송은이 씨, 엘리자베스 워렌, 리베카 솔닛 등 여성들이 쓰고 말한 많은 문장들이 소개되었어요.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안, 조용히 귀 기울여 듣던 모두의 모습이 떠올라요. 한 참가자의 말처럼 "혼자보다는 함께를 기르는" 연습을 했던 여성의 날이었습니다.



WORDS. 황효진 빌라선샤인 콘텐츠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