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공유회]일하는 나에게 필요한 포트폴리오 만들기

개인에게 왜 일 포트폴리오가 필요할까요? 포트폴리오에 필요한 항목은 어떻게 구성할 수 있을까요? 포트폴리오를 통해 일하는 사람으로서 나의 정체성을 또렷하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면, 이 '정체성'은 어떤 방식으로 정리해야 할까요? 만드는 사람, 조직 밖 노동자로서 자신의 일을 고민하고 정리하여 노션 포트폴리오를 만든 홍슬기 님의 경험을 들어봅니다.

홍슬기
만드는 사람입니다. 콘텐츠를 만들고, 콘텐츠로 말합니다. 조직 밖 노동자로서 브랜딩, 마케팅, 콘텐츠 관련 업무를 수행합니다. 더불어 '가치지향 온라인 책방' 브랜드를 구상 중입니다. 흔들리는 일상에서 매일 마음을 다잡는 멍상가이고, 계속 실패하는 비건 지향입니다. 조용한 방에서 책을 읽는 시간이 가장 편안하며 가치관이 맞는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이 가장 뿌듯합니다.

* 빌라선샤인 [경험공유회]의 발표 내용을 요약/편집했습니다.


'만드는 사람, 조직 밖 노동자' 홍슬기입니다. 콘텐츠를 만들고, 콘텐츠로 말한다고 저 자신을 소개하고 싶어요. 저는 '프로이직러'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네 군데의 스타트업에서 일했고, 첫 회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마케터로 일했어요. 저는 제가 콘텐츠라는 도구를 통해 메시지를 계속 던진다고 생각하면서 다양한 일들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독립출판물을 만들고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브런치에 글도 쓰고 있어요.

제일 위에 있는 이미지는 제가 노션으로 만든 포트폴리오 캡처입니다. 이직을 여러 번 한 편인데 그때마다 포트폴리오를 바꿨고, 그 과정에서 도구를 변경하기도 했어요. 처음에는 브런치로 브랜딩에 관한 관심사를 글로 차곡차곡 쌓았고, 그다음에는 키노트를 포트폴리오로 활용했습니다. 

이후 회사 밖으로 나오고, 영상 콘텐츠에 관련된 역량을 쌓아가면서 웹 포트폴리오를 만들기도 했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들더라고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노션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봐도 좋을 것 같았어요. 웹 포트폴리오가 아니라 블로그 콘텐츠 하나를 만든다는 느낌으로 제 일에 관한 내용을 쭉 적었습니다. 웹 포트폴리오보다는 투입 시간이 적고, 모바일로 업데이트도 할 수 있고, 공유와 수정이 용이하고, 영상 링크도 바로 심을 수 있어서 저에게 적합한 도구인 것 같아요.

그런데, 노션은 도구일 뿐입니다. 모두가 이걸 써야 하는 건 아니에요. 내 일과 역량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도구를 선택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질문들을 먼저 스스로에게 던져봐야 해요. 


왜 포트폴리오를 만들려고 할까?
누구를 위한 것일까?
이것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내가 얻고자 하는 건 뭘까?


저는 제가 해온 일과 가진 역량을 통해 저를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회사 대표나 사업 담당자, 마케터, 그러니까 새로운 일을 맡아서 수행할 사람을 찾는 사람들이 제 포트폴리오를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조직 밖에서 새로운 일을 찾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했어요. 

여기서 '왜'가 중요한 것이, 이유를 찾지 않으면 포트폴리오 만드는 것도 자꾸 미루게 됩니다. 각자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를 꼭 찾고 작업을 시작하시면 좋겠어요.


일하는 나를 한 마디로 정의하기 


그럼,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구성할까요? 

우선 일하는 나를 한 마디로 정의합니다. 나만의 언어로 나를 소개하고, 이것을 위해서 차분하게 나와 마주 앉아 대화하는 시간이 필요해요. 만약 이직이 목표라면 직무 중심으로 나의 일을 설명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는 마케터였기 때문에 가운데에 직무를 두고, 과업을 펼치면서 했던 일들을 살폈습니다. 다만 현재의 저는 조직 밖에서 일을 구하는 게 목적이었기 때문에, 했던 일들을 펼쳐둔 후에 '그럼 나는 뭐 하는 사람이지?'를 역으로 다시 질문했어요. 일하는 나를 재정의하는 시간이었죠. 


이미지 출처: 홍슬기 님 발표 자료  




이때 저는 저와 대화를 나누기 위해 이런 질문들을 했어요.


그동안 나는 어떤 종류의 일을 해왔지?
내가 가장 성과를 냈던 일은 뭐였지?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보람을 느꼈지?
앞으로도 꾸준히 해나가고 싶은 일은 뭐지?
그 일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연결되는 지점은 무엇이지?


또 하나, 저는 저를 명사로 설명하고 싶지 않았어요. <글쓰기의 최전선>, <다가오는 말들>을 쓰신 은유 작가님의 소개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요, "글 쓰는 사람. 누구나 살아온 경험으로 자기 글을 쓸 수 있을 때 세상이 나아진다는 믿음으로 글쓰기 강좌를 진행한다.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 내는 일을 돕고 있다."라고 쓰여있더라고요. 여기서 영감을 받아 저도 완료된 느낌이 아닌, 계속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은 동사로 저를 설명하고 싶다는 욕구를 갖게 됐습니다.

제가 '일하는 나'를 어떻게 재정의했는지 구체적으로 보여드릴게요. '나는 글도 쓰고 영상도 편집하고, 카드 뉴스도 제작, 웹페이지도 구성하고 브랜딩도 하잖아. 글, 영상, 카드 뉴스, 웹페이지, 브랜딩, 한 마디로 '콘텐츠'지.' '쓰고, 편집하고, 제작하고, 구성하기, 다 '만든다'라는 동사로 설명되잖아.' '나는 답답할 때 글을 쓰고, 알려져야 하는 여성 창업 교육 프로그램 홍보나 식물성 고기 마케팅 진행할 때 보람이 있었지. 나는 콘텐츠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세상에, 사회에 말을 하는 거구나.' 이런 과정을 통해 정의 내린 게 '만드는 사람, 콘텐츠로 만들고 콘텐츠로 말하는 일을 한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조직 밖 노동자'라는 수식에 대해서도 말해볼까요. '회사를 나온 나는 뭐지? 프리랜서? 난 프리 하지 않은데. N잡러? 나는 만드는 사람인데.' '내가 벗어난 것은 조직이라는 소속, 정규직 자리, 하루 8시간 풀타임 노동'이라고 생각하고 조직 밖 노동자라는 이름을 스스로 붙였습니다. 포트폴리오를 보는 사람 입장에서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 '제가 할 수 있는 일과 알맞은 페이, 서로에 대한 존중이 있다면 함께 합니다'라고 썼고요.


내가 벗어난 것은 조직이라는 소속, 정규직 자리, 하루 8시간 풀타임 노동
=조직 밖 노동자


이렇게 일하는 나를 한마디로 정리했다면 거의 다 하신 거예요. 만약 본인의 이름이 브랜드명이라면 이 한 마디는 브랜드 슬로건이라고 생각해보세요. 조금 더 통일성 있게 자신을 소개할 수 있을 거예요.


읽는 사람을 떠올리며 구성하기


그다음에는 읽는 사람을 떠올리면서 포트폴리오 내용을 구성해야겠죠. 이걸 누가 읽었으면 하지? 사람들이 뭘 궁금해할까? 이런 질문들을 나열해보면서 궁금증을 해소해준다는 느낌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회사 대표나 마케터, 사업 담당자가 제 포트폴리오를 봐줬으면 했어요. 그런데 이런 분들은 늘 바쁘잖아요. 그래서 한눈에 쓱 확인할 수 있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복잡하지 않게 쭉 나열되는 형식을 선택했어요. 문구로 핵심적인 내용을 정리한 다음, 더 자세히 보고 싶으면 링크를 클릭할 수 있도록 심기도 했고요.


그리고 그 사람들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기 때문에 나에 대한 소개글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너무 길지 않게, 그러나 조직 밖 노동자라는 수식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붙였습니다.

더불어 포트폴리오를 보는 사람들이 궁금한 것은 저의 취미나 취향이 아니라 '일'이겠지요. 일하는 나의 정의에 맞춰서 지금까지 어떤 일들을 해왔는지 카테고리를 크게 정리했어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 웹페이지와 제작물 등을 기획하고, 콘텐츠로 고객을 움직이는 일들을 했고 개인적으로도 독립출판물을 만들거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거나 브런치에 글을 쓴다는 식으로 맥락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홍슬기 님 발표 자료



일에서는 성과가 중요하죠. 좋은 성과가 있다면 그것을 잘 드러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숫자가 있다면 정확히 기입해야 합니다. 신뢰감을 주거든요. 이 콘텐츠로 3시간 만에 '완판'됐어, 펀딩을 열었는데 목표 금액의 1610%를 달성했어, 오프라인 모객 500명을 달성했어, 라는 식으로요. 

저에게 일을 맡기려고 하는 분들은 저와 '핏(fit)'이 맞는지도 궁금하겠죠? 그래서 일에 대한 기준이나 가치관도 썼습니다. '과업에 맞는 페이를 받고, 페이에 맞는 일을 해내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함께 정한 기한은 반드시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서로 존중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 신경 씁니다.' 등등. 이건 역으로 저한테 일을 요청하시는 분들께 저 역시도 요청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나에게 과업에 맞는 페이를 주지 않는다면, 일을 할 수 없다.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과정에서 당신도 나를 존중해야 하고, 나도 당신을 존중할 거다, 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저와 어떻게 연락할 수 있는지 연락처를 써뒀어요. 바로 연락할 수 있게끔 행동을 유도한 것이지요. 


포트폴리오를 알리면, 복이 온다


포트폴리오를 다 만들었다면 널리 알려야겠죠. 저는 개인 SNS 계정을 브랜드 계정처럼 생각했어요.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링크 트리를 심어 두고, 거기에 포트폴리오 링크를 넣었습니다. 긴 링크를 짧은 링크로 바꿔주는 '비틀리(bitly)'를 사용하실 경우, 무료인데도 간략하게 클릭수, 유입 경로 등을 파악할 수 있어서 좋아요.

그리고 빌라선샤인과 같은 커뮤니티에 가입되어 있다면 가볍게 활용해보세요. 빌라선샤인의 경우 멤버들이 함께 사용하는 슬랙에 '프리토킹' 채널이 있는데요, 여기에 제 포트폴리오를 소개했을 때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힘이 됐거든요. 더불어 프리랜서 관련 매거진인 '프리낫프리'에서 만드는 뉴스레터에 포트폴리오나 작업물 링크를 보내달라는 버튼이 있어서 제 포트폴리오 링크를 보냈더니, 감사하게도 소개해주시더라고요. 커뮤니티나 뉴스레터를 통해 저의 포트폴리오가 좀 더 널리 퍼질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지 않았나 싶어요.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고 해서 당장 좋은 제안이 오거나 일이 바로 생기는 건 아니에요. 적어도 저는 그랬어요. 하지만 준비된 포트폴리오가 있다면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일을 얻을 확률이 높아질 수도 있겠죠. 지금의 상황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뭔가를 더 해야 할 것 같다면 뭐든 해보세요. 그 시작이 포트폴리오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WORDS. 홍슬기 (만드는 사람/브런치 바로 가기)
EDIT. 황효진 (빌라선샤인 콘텐츠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