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콘텐츠]신선아 디자이너 "더 많은 여성의 목소리를 모으는 작업에 힘을 보태고 싶다는 마음으로"

"팀선샤인은 어떻게 일하나요?", "빌라선샤인은 어떤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나요?" 팀선샤인은 주변에서 종종 이런 질문을 받고는 합니다. 아주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이기는 하지만 구성원 모두가 밀레니얼 여성이라는 점, '일'에 중점을 둔 커뮤니티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 때문에 팀선샤인이 일하는 방법을 궁금해하시는 것 같아요.

5주간 팀선샤인 인터뷰 특집으로 진행되는 [디어 뉴먼], 마지막 시간에는 홍진아 대표가 대전에서 'N잡러'로 빌라선샤인과 일하고 있는 신선아 디자이너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었습니다.


진아: 선아 님, 빌라선샤인의 디자이너로서 어떤 일들을 하고 계시나요?
선아: '일하는 밀레니얼 여성을 위한 커뮤니티'라는 튼튼한 가치에 기반을 두고, 빌라선샤인이 움직이는 방향에 발맞춰 브랜드를 해석하고 확장시키는 역할을 해요. 그 과정에서 커뮤니티 팀이나 콘텐츠 팀과 만나기도 하고, 커뮤니티 밖 사람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시즌별로 시즌의 주제에 맞는 콘셉트를 잡고 주제를 잘 담아낼 수 있는 시각적인 이미지를 구상해요. 이미지가 나오면 SNS, 프로그램, 웹사이트, 굿즈 등에 이 콘셉트가 일관성있게 활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만듭니다.


진아: 선아 님은 'N잡러'로 일하고 계시잖아요. 빌라선샤인 업무 외에 다른 일은 어떤 것들을 하고 계신지, 이 일들을 어떻게 조절하며 일과 일상의 균형을 맞추고 있는지 궁금해요. 
선아: 대전에서 페미니스트 문화기획자 그룹 BOSHU의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비혼후갬'이라는 비혼여성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고요.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 클럽(FDSC)에서는 'FDSC 충청'이라는 이름으로 지역 페미니스트 디자이너를 모으고 활동을 알리기 위한 일을 합니다. 그외에도 주로 지역의 여성단체와 여성 창작자들과 함께 협업하는 일을 많이 벌이고 있어요.

'N잡' 형태로 일하면서 스스로 예측 가능한 일정을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활동 별로 가능한 정확한 요일과 시간을 정해두고 일하려 합니다. 화요일과 목요일에 빌라선샤인과 함께 하면서 BOSHU 일은 월요일과 수요일에, 개인 작업은 금요일에, FDSC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토요일 저녁과 일요일 낮으로 시간을 분배해요. 또 새로운 프로젝트나 협업 제안을 받으면 제가 어떤 스케줄로,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인지 가능한 자세히 알리고 일정에 맞게 업무를 조율합니다.


진아: 빌라선샤인이 선아 님이 처음으로 일한 회사(4대 보험 가입되고 근로 계약서를 쓴)라고 알고 있어요. 다른 여러 활동들이나 프로젝트와 비교했을 때, 빌라선샤인이나 팀선샤인만의 특성이 있나요? 이것이 선아 님의 일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선아: 빌라선샤인에서는 업무 회의를 하거나 회고할 때 각자의 컨디션을 묻고 기록하는 시간이 있어요. 그전에는 일하는 곳에서 제가 어떤 컨디션인지 들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내 몸 상태가 어떤지, 기분이 어떤지 드러내는 것이 유능해 보이지 않는 것 같기도 했고, 힘든 일이 있어도 누가 물어보지 않으면 먼저 이야기를 꺼내기 민망했어요.

빌라선샤인에서 서로의 컨디션을 체크하는 일을 중요한 의제로 두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편해졌어요. 사실 컨디션이 업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잖아요. 스스로의 상태를 체크하면서, 저는 무리해서 밤을 새는 날을 의식적으로 없애고 있습니다.


진아: 대전에서, 주로 온라인으로 일하는 건 어떠세요? 지역적으로 먼 곳에 있는 사람들이 함께 일할 때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선아: 업무에 관한 정보가 평등하게 공유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각자가 하고 있는 일이나 오고 간 이야기를 업무 공유 공간에 자세히 기록해두면 참여하지 못한 일정이나 소식, 진행 상황이나 소식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코로나 상황으로 모두가 비대면으로 일하고 있기도 하지만, 제가 빌라선샤인에서 일하면서 지역이 멀다는 이유로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인 것 같습니다.


진아: 빌라선샤인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며 스스로 새롭게 발견한 강점이나 관심사도 있을까요?
선아: 진아 님과 'Team_pr_marketing' 유닛을 결성해서 빌라선샤인의 활동을 외부로 잘 발신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고 실험하고 있어요. 회의를 할 때 진아 님이 빌라선샤인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간 게시물에 대한 인사이트(노출, 공유, 저장 횟수, 좋아요 수 통계 등)를 그때그때 정리해서 알려주셨고, 디자인에 대한 반응과 해석을 데이터로 차곡차곡 쌓으면서 디자인 논리가 수치화되는 경험을 만들었어요. 최근에는 홍보를 위한 작업을 할 때 전보다 더 탄탄한 논리로 접근해 전략을 만들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진아: 빌라선샤인은 초기부터 선아 님의 디자인 덕분에 '브랜딩을 잘한다'라는 칭찬을 듣곤 했어요. 빌라선샤인의 역사와 선아 님의 디자인이 함께 했는데요,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서 브랜딩/디자인을 전개해 나가시는데도 변화가 있었을 것 같아요. 처음과 지금을 비교해 본다면, 어떤 점이 다른가요? 또 이것이 디자인에서 어떻게 드러나고 있을까요?
선아: 팀선샤인 합류 전에는 프로젝트 단위로 외주를 받아서 브랜딩을 했었는데요. 제가 맡아서 진행한 작업 이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디자인이 필요한 부분이 있었고 그런 부분을 건드리지 못하는 게 아쉽기도 했어요. 2020년 초에 시즌 전체 브랜딩을 의뢰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전반적으로 어떤 프로그램과 활동에 디자인 적용이 필요한지를 파악할 수 있었고 팀선샤인에 합류하면서 드디어 빌라선샤인 디자인 지도가 그려졌죠.

시즌 기획 과정에 함께하는 것도 디자인 테마를 더 명확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됐어요. 시즌 프로그램과 홍보 슬라이드에 활용할 때에도 일관성 있게 테마를 녹이면서 더 나은 전략을 세울 수 있게 되었고요.


진아: 선아 님은 <핀치>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디자인은 반드시 사회적 맥락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하신 적이 있어요. 이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빌라선샤인의 디자이너로 일을 한다는 것은 이 관점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선아: 디자이너가 사회적 맥락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는 '사람'이기 때문에 디자인은 의도하지 않아도 디자인한 사람의 사회적 가치관과 맥락을 드러내는 기호가 된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디자이너 개인이 사회와 어떻게 관계 맺고 충돌하고 있는지, 개인의 모습에 집중하고 의미를 묶고 그것을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생각하게 됐던 이유는 저의 정체성 때문인 것 같아요. 저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 여성, 프리랜서, 노동자로 위치해왔는데, 저의 목소리가 지워지는 경험을 많이 했어요. 청년이라는 의미로 여성의 목소리가 지워지거나, 큰 프로젝트나 조직의 이름으로 개인의 이름이 지워지거나, 서울에서 지역의 목소리가 지워지거나 하는 경험들. 작업에서도 개인의 목소리가 지워지지 않고 드러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라 왔고, 그러려면 내가 가진 가치관과 맞는 곳에서 일을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일하는 여성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빌라선샤인은 제가 지워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 없이 작업을 계속해나갈 수 있는 곳이에요. 빌라선샤인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며 더 많은 여성의 목소리를 모으는 작업에 힘을 보태고 싶다는 마음으로 작업을 계속해나가고 싶습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 여성, 프리랜서, 노동자로 위치해왔는데, 저의 목소리가 지워지는 경험을 많이 했어요.
제 작업에서 개인의 목소리가 지워지지 않고 드러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라 왔어요.



진아: 작업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으시나요? 선아 님이 제안하는 레퍼런스를 보며 언제나 멋지고, 새롭다고 느끼거든요.
선아: 매체별로 주제별로 다른 동료 디자이너들이 어떤 전략을 취하는지 자주 보고 배웁니다. 이를테면 유튜브, 트위터, 인스타그램에서는 전략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의류 브랜드와 음악 레이블의 피드는 어떻게 같고 다른지, 커뮤니티 성격 별로 어떻게 다른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어떤 성격이 있는지 저 자신의 취향을 분석하는 것도 좋아해요. '왜' 이런 이미지를 사용했을까에 대한 생각과 해석을 모아두면 작업할 때 좀 더 유연해지는 것 같더라고요.


진아: 어떤 업무 도구를 쓰시는지도 궁금해요.
선아: 디자인 작업에 필요한 프로그램인 일러스트와 인디자인, 포토샵을 주로 사용하고요, 팀원들과 협업할 때에는 주로 슬랙과 줌, 업무 정리와 작업 아카이빙을 위해 노션과 구글 시트를 사용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노트북 기능으로 내장된 스티커 메모장인데요, 디지털 포스트잇이라고 생각하면서 정리되지 않은 생각과 인사이트를 빠르게 옮겨놓는 용도로 사용해요. 가장 로우한 생각들을 필터 없이 기록해두는 곳이라 비밀문서이기도 합니다. 


진아: 이렇게 성실히, 자신만의 시스템을 만들어 일하시는 선아 님에게도 일 관련 고민이나 어려움이 있을까요?
선아: N잡 형태로 일하면서 휴일 없이 주 7일 고정 일정을 가지고 일하고 있어요. 작업이나 회의, 아이디어가 수월하게 풀리는 날에는 각각의 일정이 충돌하는 지점 없이 평화롭게 흘러가는데요, 어느 날 몸이 아프다거나, 당일 작업이 늦어진다거나 일정에 변수가 생기면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없더라고요.

언젠가 효진 님이 '모든 일을 100으로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라는 말을 해주신 적이 있어요. 모든 일의 퀄리티를 끌어올릴 수 있는 데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베스트지만, 그럴 수 없을 때는 품을 많이 들여야 할 것과 아닌 것을 빠르게 구분하고 어떤 일은 80 정도로 완성한다고 말이에요. 이 말이 저에게 큰 힘이 되고 있어요. '완벽하지 않더라도 주어진 시간 안에 최선을 다해 마감하고 보완해 나가야겠다.' 마음이 불안할 때면 이렇게 심호흡을 하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