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콘텐츠]황효진 콘텐츠 디렉터 "커뮤니티의 콘텐츠가 완성되는 시점은 기획자의 손을 떠날 때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참여할 때"

"팀선샤인은 어떻게 일하나요?", "빌라선샤인은 어떤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나요?" 팀선샤인은 주변에서 종종 이런 질문을 받고는 합니다. 아주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이기는 하지만 구성원 모두가 밀레니얼 여성이라는 점, '일'에 중점을 둔 커뮤니티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 때문에 팀선샤인이 일하는 방법을 궁금해하시는 것 같아요.

5주간 팀선샤인 인터뷰 특집으로 진행되는 [디어 뉴먼], 두 번째 시간에는 이주하 커뮤니티 매니저가 회사 안팎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황효진 콘텐츠 디렉터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었습니다.


주하: 효진 님, 빌라선샤인의 콘텐츠 디렉터로서 어떤 일들을 하고 계시나요?
효진: 시즌별 테마 구성과 모닝뉴먼스클럽을 비롯한 프로그램 기획/연사 섭외, 뉴스레터 [디어 뉴먼]과 각종 온라인 콘텐츠의 기획/편집 등을 맡고 있어요. 빌라선샤인이라는 커뮤니티의 브랜드와 이야기를 바깥으로 드러내는 모든 콘텐츠의 기획과 진행을 총괄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아직 콘텐츠 팀에 팀원이 없기 때문에 제가 저의 팀장이자 팀원이기도 합니다.


주하: 저는 효진 님이 흥미로운 콘텐츠를 시의적절하게 만들어내는 데 탁월하다고 생각했어요. 평소 많은 콘텐츠를 보고 읽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주로 어디서 기획의 아이디어를 얻나요?
효진: 초기에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라서 진아 님 또는 주하 님이 추천하거나 제가 찾은 해외의 여성 커뮤니티 사이트를 많이 봤어요. 다양한 커뮤니티들이 각자의 성격에 맞게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지 체크했죠. 그런데 지금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멤버들이 빌라선샤인 슬랙에서 어떤 이야기를 자주 나누는지, 이미 진행된 빌라선샤인의 프로그램 중 어떤 것에 대한 반응이 가장 좋았는지 등이에요. 고객과의 접촉면이 비교적 넓은 커뮤니티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주하: 그렇지만 시도해보고 싶은 아이디어를 모두 콘텐츠로 실현할 수는 없잖아요. 빌라선샤인 콘텐츠를 기획할 때 꼭 지키려고 하는 효진 님만의 기준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효진: '이걸 지금 하지 않으면 안돼'라는 메시지를 주는 프로그램이나, 단순히 무언가의 사용법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은 만들지 않으려고 해요. 예를 든다면 '요즘 다들 이걸로 돈 번다는데 한번 해봐'라고 권하는 프로그램이라든가, 업무에 필요한 엑셀 사용법 같은 것들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이겠죠. 이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이런 주제를 잘 다루는 플랫폼이나 커뮤니티는 이미 있고, 그렇다면 더더욱 빌라선샤인에서는 다루지 않아도 되는 것 같거든요. '무엇을 기준으로 할까?'는 어쨌거나 수익을 내야 하는 커뮤니티의 콘텐츠 디렉터로서 늘 고민되는 부분이지만, 가능한 참석하기 전과 후의 관점이나 시각이 조금이라도 달라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하고 있어요. 


주하: 연사분들이 종종 효진 님의 메일을 받고 '이 사람과 만나보고 싶어서 수락했다'라는 피드백을 주시는데요, 모르는 사람을 잘 설득해서 섭외하는 노하우가 있을까요?

효진: 일단 '일에 관심 많은 밀레니얼 여성이 모여있는 커뮤니티'라는 사실 자체에 매력을 느끼고 흔쾌히 수락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이것과 별개로 저의 노하우는, 첫 번째 섭외 메일을 제대로 보내는 거예요. 첫 메일은 회사와 제가 그분께 드리는 첫인사니까요. 기획을 대강 설명하고 '자세한 사항은 뵙고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라는 식으로는 절대 메일을 쓰지 않아요. 

섭외 메일에서 빌라선샤인이 어떤 곳인지, 부탁하고 싶은 주제는 무엇인지, 연사비는 얼마인지, 언제 지급하는지, 수락해주실 경우 프로그램 진행일까지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등을 꼼꼼하게 설명하려고 해요. 일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메일을 이렇게 쓸 것 같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기 때문에, 필요한 부분만 제대로 언급해도 연사분들이 마음을 여시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저의 노하우는, 첫 번째 섭외 메일을 제대로 보내는 거예요. 첫 메일은 회사와 제가 그분께 드리는 첫인사니까요. 

기획을 대강 설명하고 '자세한 사항은 뵙고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라는 식으로는 절대 메일을 쓰지 않아요.



주하: 빌라선샤인에서 콘텐츠 디렉터로 일하며 새롭게 발견한 효진 님의 강점은 뭘까요?
효진: 누군가의 강점이나 전문성을 알아보는 일, 그것을 이야기의 형태로 정리해서 바깥으로 더 잘 끄집어낼 수 있게끔 돕는 일을 잘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건 빌라선샤인의 멤버들이 연사로 서는 '경험공유회'를 담당하면서 더욱 잘 알게 된 강점이에요. 돌이켜보면 예전에 기자로 일할 때도 다방면에서 글 쓰는 분들을 평소 잘 지켜보고 있다가 '이 주제로는 이 분이 좋은 글을 써주실 것 같은데'라고 기획하고 섭외하는 일을 좋아했거든요. 비슷한 맥락인 것 같네요. 


주하: 효진 님은 빌라선샤인에서 콘텐츠 디렉터로 일하는 것 외에도 프로젝트팀으로 팟캐스트도 만들고, 개인적으로 글도 쓰시잖아요. 최근에는 책도 출간하셨고요. 이 많은 일을 하며 어떻게 시간을 관리하고 계시나요?
효진: 그래서 사실, 빌라선샤인에 합류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는 시간 관리를 전혀 하지 못했어요. '내 머릿속에는 해야 하는 일들이 잘 들어 있고, 따로 일정을 정리하지 않아도 일을 잘 해낼 수 있지'라고 과신했던 거예요. 해야 하는 일들이 엉켜서 결국 제가 제일 힘들어지더라고요. 

그걸 깨달은 뒤부터는 노션과 구글 캘린더, 종이 플래너를 이용해 일정을 관리하고 있어요. 구글 캘린더로 마감이나 미팅, 회의 등을 기록하고 노션으로는 회사 업무에 필요한 주별 투두리스트를 만들어요. 종이 플래너는 시간대별로 스케줄을 기록할 수 있는 것으로 구매해서 노션과 캘린더를 함께 확인하며 가용할 수 있는 시간을 체크하는 데 주로 사용하고요. 회사/프로젝트팀/개인 업무별로 다른 컬러의 펜을 이용해 기록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니 업무당 투입 가능한 시간을 미리 계산할 수 있고, 깜빡하고 지나가는 업무도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주하: 그러면 주요 업무 도구가 노션과 구글 캘린더, 종이 플래너인 건가요?
효진: 거기에 팀에서 사용하는 슬랙과 줌, 연사들과의 사전 미팅에 주로 사용하는 구글 문서 정도를 더할 수 있겠네요. 사전 미팅은 주제에 대한 연사와 빌라선샤인의 이해도를 맞추는 작업이기 때문에 가급적 빠뜨리지 않지만, 코로나19로 인해서 지금은 전면 온라인으로 진행하거든요. 구글 문서에 서로 질문과 답변을 정리하며 비실시간으로 소통하거나, 줌으로 일대일 실시간 미팅을 하는 편입니다. 


주하: 회사 바깥에서 글이나 팟캐스트 같은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는 것과 커뮤니티 서비스에서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는 건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시나요.
효진: 글이나 팟캐스트 등은 만들고 바깥에 공개되는 순간 완성되고 그다음 읽고 보고 듣는 분들의 피드백을 받는다면, 커뮤니티 서비스의 콘텐츠인 프로그램은 그렇지 않아요. 저를 비롯한 팀선샤인이 기획하고 준비해서 프로그램을 진행해도,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연사분들이나 참여하시는 분들에 따라 저희가 생각한 것과는 다른 방식/느낌의 프로그램이 돼요. 콘텐츠가 완성되는 시점이 기획자의 손을 떠났을 때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참여했을 때인 거죠. 그 때문에 글이나 팟캐스트를 기획하는 것보다 커뮤니티 서비스의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게 더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바로 이 부분 때문에 더 재미있기도 해요. 



커뮤니티의 콘텐츠가 완성되는 시점은 기획자의 손을 떠날 때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참여할 때인 거죠.



주하: 만약 시간과 인력, 예산이 허락한다면 빌라선샤인에서 기획해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나요?
효진: 2019년에 열었던 <뉴먼 스테이지>를 엄청나게 크게 열어보고 싶어요. 주하 님은 아시겠지만 <뉴먼 스테이지>는 빌라선샤인 멤버들이 무대에 서서 각자의 노하우를 다른 여성들에게 나눠주는 프로그램이었는데요,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여성들이 빌라선샤인 안에 여전히 너무 많기 때문에 이들의 고유한 노하우가 더 활발히 오갈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어요. 자신의 이야기를 잘 끄집어내실 수 있도록 발표 내용을 기획하고 구성하는 과정까지 팀선샤인이 서포트할 수 있다면 더 좋겠고요. 오프라인 행사가 만들어내는 힘이 분명히 있지만 <뉴먼스 랠리 2020: 쉐이크 더 테이블>을 통해 온라인 행사도 경험해봤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잘 진행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주하: 마지막 질문이에요. 최근 일하면서 느끼는 고민이나 어려움은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려고 하시는지 듣고 싶어요. 
효진: 앞에서 말씀드렸듯 빌라선샤인이라는 커뮤니티의 콘텐츠는 멤버들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비슷한 결로 모인 멤버들임에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모두 다양한 사람들이거든요. 그래서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누구를 떠올려야 할지가 종종 어렵게 느껴져요. 그럴수록 '그러면 빌라선샤인은 어떤 커뮤니티지? 어떤 사람들을 모아서 무엇을 하고 싶지?'를 더 고민해야 할 것 같아서, 동료들과 빌라선샤인의 페르소나와 브랜드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려고 하고 있어요. 

그리고 또 하나는, 제가 30대 중반이다 보니 제가 좋다고 생각하는 기획이 실은 시대에 뒤떨어진 거면 어떡하나, 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어요. 그럴 때는 저보다 나이가 적은 빌라선샤인 멤버들이나 함께 일하는 주하 님, 선아 님의 반응을 유심히 보려고 해요. 그런데 반응을 보는 걸로는 충분치 않은 것 같아서 앞으로는 더 적극적으로 20대 멤버/동료들의 의견을 구하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