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콘텐츠]홍진아 대표 "저의 다양한 정체성을 모아서 회사 안에서 다양한 일을 해내고 있는 것 같아요."

"팀선샤인은 어떻게 일하나요?", "빌라선샤인은 어떤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나요?" 팀선샤인은 주변에서 종종 이런 질문을 받고는 합니다. 아주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이기는 하지만 구성원 모두가 밀레니얼 여성이라는 점, '일'에 중점을 둔 커뮤니티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 때문에 팀선샤인이 일하는 방법을 궁금해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 5주간, 팀선샤인 인터뷰 특집으로 진행되는 [디어 뉴먼]을 통해 어떤 사람들이 빌라선샤인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그들 각자는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어떻게 일하는지 이야기해봅니다. 첫 번째 인터뷰에서는 황효진 콘텐츠 디렉터가 'N잡러'로 일하다 리더가 된 홍진아 대표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었습니다.


효진: 진아님, 빌라선샤인의 대표로서 어떤 일들을 하고 계시나요?
진아: 빌라선샤인이 작은 스타트업이다 보니 은행 업무부터 HR, 투자 유치 준비까지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어요. '안과 밖에 있는 자원이 잘 흐르도록 해서 빌라선샤인이 하나의 회사로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출발은 창업자나 대표가 하더라도 그걸 앞으로 밀고 나가는 힘은 팀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는데요, 팀이 제대로 밀고 나갈 힘을 얻는 데 필요한 일을 한다고 생각하고 제 일을 하고 있어요.


효진: 평생직장이 없는 시대이기도 하고, 또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심사를 일로써 실현하고 싶어 하는 많은 사람이 창업을 한번쯤 상상해보게 되는 것 같아요. 창업한 지 1년 5개월 정도 지났는데, 나의 회사를 직접 만들어 보니 어떠셨나요?
진아: 프로젝트 단위의 일을 유능감을 가지고 해내던 실무자에서 매일 내가 뭘 몰랐는지 발견하는 사업가로 정체성을 옮겨가는 과정이 가장 어려운 지점이었어요. 처음엔 받아들이기도 힘들고, 모르는 부분을 발견했을 때 어떻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더라고요. 처음에 함께 일했던 주하 님과 효진 님, 그리고 투자사 심사역으로 액셀러레이팅을 담당했던 (유)보미 님이 늘 하던 얘기가 ‘힘든 것이 있으면 먼저 얘기를 해라. 같이 해결해보자'였을 정도예요. 지금은 예전보다 더 나아진 자세로 도움을 적극적으로 청하고, 찾아가며 일하고 있어요.


효진: 어려운 점이 많지만 '그래도 창업하길 잘했어'라고 생각할 때도 있을까요?
진아: 머리로만 생각했던 것을 실제로 만드는 일, 그리고 그 일이 진행되는 과정에 온전히 에너지를 쏟을 수 있다는 것이 좋은 점인 것 같아요. '내 시간과 자원을 쏟아서 이 일에 집중하는 동료들과 함께 뭔가를 만들어 보는 경험이 얼마나 될까?'라는 질문을 떠올려보면 창업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과정에서 보이는 변화를 제일 먼저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창업의 기쁨 중 하나입니다.


효진: 창업 전까지는 다양한 팀에 속한 'N잡러'로 일하셨잖아요. 여러 가지 일을 하다가 하나의 일에 완전히 집중해야 하는 대표가 되신 건데, 아쉬움은 없었을까요?
진아: 창업 후 1년 정도는 다른 활동에 대한 욕구가 없었어요. '다양한 활동을 했다가 지금 하나만 하고 있는데 하고 싶은 사이드 프로젝트가 있냐'라는 인터뷰 질문을 받고 ‘맞다, 내가 하나만 하고 있지'라고 생각했지, 그 전엔 알아채지 못했거든요. 에너지 부유층이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었는데, 그 에너지를 다 몰아 써야 하는 게 창업인 것 같기도 하고요. 

일터에서 다 드러낼 수 없는 다양한 정체성들을 실현하고 싶어서 N잡을 했는데, 지금은 그 정체성들을 모아서 회사 안에서 다양한 일을 해내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도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는 데요(어쩌면 아이템이 생각나지 않는 것일 수도 있고!), 다만 일하면서 생긴 문제의식이나 궁금증을 풀어내는 대화가 필요해서 얼마 전에 아주 느슨하게 작은 모임을 시작했어요.



일터에서 다 드러낼 수 없는 다양한 정체성들을 실현하고 싶어서 N잡을 했는데,
지금은 그 정체성들을 모아서 회사 안에서 다양한 일을 해내고 있는 것 같아요.



효진: 리더, 심지어 팀이 아니라 한 조직의 대표로 일한다는 건 실무자일 때와는 많이 다른 일 근육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인 것 같아요. 빌라선샤인에서 리더로 일하시면서 스스로 새롭게 발견한 진아 님의 강점이나 관심사도 있을까요?
진아: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실무자일 때는 그렇게 와 닿지 않았는데, 회사 운영하다 보니까 '거의 전부다.' 싶어요. 일하는 것은 사람이고, 개인이 만들어가는 역사가 모여서 회사의 역사가 되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하고요.

그래서 조직 문화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우리 팀은 무엇을 하고 또 무엇은 하지 않는지, 어떤 가치를 중심으로 모여 있는지, 어떤 사안을 같이 결정해야 하고 또 어떤 사안은 리더가 결단을 내려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 이런 부분에 더 관심을 두게 되더라고요. 만들어 나갈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조금씩 하고 있고, 팀도 이 부분에 관심이 많아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면서 함께 만들어가고 있어요.

회사에 뭔가 필요할 때 망설이지 않고 해보자고 빠르게 제안하려고 해요. "리모트로 일하는 시간이 많으니까 업무 트래킹을 이렇게 해보고, 한 달 뒤에 회고하면서 다시 만들어 보면 어때요?"라고 제안하고, 적극적으로 실행해 보고, 보완하는 과정을 거치죠. 일도 조직문화 만들기도 린(lean)하게 하고 있습니다.


효진: 저는 같이 회의나 회고 등을 하는 과정에서 진아 님이 모두를 위한 템플릿이나 틀을 세팅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췄다는 생각을 종종 했어요. 말하자면 협업을 위한 초기 세팅에 전문성을 갖고 계신 건데, 이러한 전문성은 어떤 과정을 통해 키울 수 있었던 것 같으세요?
진아: 제가 조직에 속해서 일한 것이 2011년부터인데요, 언제나 저에게는 '협업'이 주요한 키워드였어요. 언제나 파트너나 팀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서로 이해의 정도가 비슷해야 무리 없이 일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걸 배웠거든요. 

특히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팀에 있으면서 회사나 특정 팀의 업무를 이해하고 그걸 외부와 빠르게 소통하는 것이 저의 일이 되면서, 팀 밖에서도 팀처럼 일할 수 있는 세팅이 중요해졌어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어떤 계획과 어떤 목표로 이 일이 진행되는지 저도 알아야 일의 과정과 성과를 고객이나 파트너들에게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팀에서 같이 일하지 않지만, 서로 업무를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저만의 전략을 만들었어요. 팀 회의에도 참여해보고, 담당자와 1:1 미팅도 잡아서 해봤는데 가장 효과적인 건 기본 문서를 만들고 서로 문서에 기록을 남기면서 일을 트래킹 하는 것이더라고요. 여전히 완전하지는 않고, 상황이나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맞는 협업 세팅은 무엇일까 아직도 고민 중입니다.


효진: '협업을 위한 초기 세팅'을 할 때 진아 님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진아: '우리에게는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각자가 맡은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해낸다'라는 전제가 서로에게 확인되는 것, 그리고 서로 업무를 공유할 수 있는 문서 만들기가 중요하더라고요. 이게 되게 기본적인 것 같은데, 그 기본이 잘 안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일 잘하는 사람들이 모여있어도 이 전제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불안이 높아지고, 불안해하는데 에너지를 쏟다 보면 일이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우리에게는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각자가 맡은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해낸다'라는 전제가 서로에게 확인되는 것, 
그리고 서로 업무를 공유할 수 있는 문서 만들기가 중요하더라고요.



효진: 리더가 되면 통시간을 계획하기가 어렵다고 들었어요. 중간관리자나 실무진들이 계속해서 확인을 부탁하거나 결정을 내려달라고 하는 상황이 자주 생기니까요. 창업 후 얼마간은 이렇게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적응하는 과정이셨을 것 같은데, 지금은 어떠세요? '실무까지 맡아야 하는 스타트업의 대표'로서 효과적인 일정 관리 방법이 있을까요?
진아: 통시간을 들여서 해야 하는 일이 있는데 효진 님 말대로 확보가 어려워서 진짜 제 업무는 모두가 퇴근하고 나서 시작하던 때도 있었고, 지금도 종종 그럴 때가 있긴 해요. 초반엔 통시간이 없는 것 때문에 초조하고 불안할 때도 있었어요. 시간을 푹 써서 뭔가를 해냈을 때 느껴지는 만족감 같은 게 있잖아요. 일도 딱 마무리한 것 같은 기분이 들고. 그런 게 없어서 힘들었는데 요즘엔 ‘내가 일하는 전체 시간이 회사를 끌고 가기 위한 통시간이다’라고 자기 암시를 하고 있어요. 그게 맞는 말이기도 하고요.

한창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제가 하는 일들을 엑셀에 정리해봤어요. 들여야 하는 시간도 적어도 보고요. 그랬더니 어떤 업무는 요청이 들어오자마자 처리하지 않고, 시간을 따로 떼어서 하면 되더라고요. 그 시간을 정해서 팀에게 공유했어요. 제가 매주 무슨 요일 몇 시부터 몇 시까지는 운영업무를 할 테니까 그 시간에 처리되어도 되는지 아닌지를 판단해서 저에게 얘기해달라고요. 그랬더니 어떤 일을 하다가 들어오는 자잘한 요청들에 바로 반응하지 않아도 되었고, 그것만으로도 업무 시간을 적절히 확보할 수 있게 됐어요.


효진: 업무 시간을 포함한 일정 관리 등을 위해서 어떤 업무 도구를, 주로 어떻게 사용하시나요?
진아: 팀의 협업 툴이 노션과 슬랙이기 때문에 주로 이 두 가지를 써요. 여러 도구에 나누어 업무 기록을 하거나 저장하면 다시 찾기 어려워서 한 곳에 몰아서 하는 편입니다. 개인적으로 특히 잘 쓰는 노션의 기능 중 하나는 스크랩 기능인데요, 웹에서 보던 정보를 스크랩하고 싶을 때 노션에 저장하면 다시 찾을 때 편리하고 좋더라고요.

개인적인 메모나 업무 기록은 빌라선샤인에서 만든 뉴먼스 리뷰 워크북에 하고 있어요. 손으로 써야 뭔가 정리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아날로그 인간이라 그런지 아침에 출근해서 온라인 스탠드업을 하고, 노션에 하루 투두를 공유한 뒤에 따로 제가 해야 할 일들을 손으로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요.


효진: 진아 님과 저는 함께 일하는 사이지만 일에 관한 고민은 자주 나누지 못했던 것 같아요. 최근 어떤 고민이 있는지,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려고 하시는지 궁금해요.
진아: '빌라선샤인을 더 많은 여성에게 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해요. 마케팅 비용을 써서 마케팅을 해도 되는 일이겠지만, 우리를 설명하는 말을 좀 더 간결하고 명확하게 가져가는 것, 고객들이 우리를 만나면 어떤 변화가 만들어지는지 눈에 보이게 전달하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동안은 빌라선샤인이 있어야 하는 당위를 설득했다면,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이유를 매력적으로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팀과 함께 머리를 짜내고 있어요. 

지난 시즌에 브랜딩 강의를 해주셨던 김희정 님이 '설득하지 말고 꼬셔야 한다'라고 말씀하셨을 때 뼈 맞았거든요. 언제나 설득만 하려고 했던 지난 세월이 생각나더라고요. 지금은 "이 문장을 뉴먼들이 매력적이라고 느낄까?", "서비스를 아예 모르는 여성에게 뭐라고 설명해야 이해할까?" 같은 질문을 던지면서 빌라선샤인이라는 서비스를 다시 보고 있어요.


효진: (인력과 예산이 모두 넉넉하다는 가정하에) 빌라선샤인을 통해 진아 님이 꼭 이뤄보고 싶은 일도 있을까요.
진아: 대한민국에서 가장 크고 힘이 센 네트워크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밀레니얼 여성들이 모여서 투명하게 정보를 주고받고, 서로 끌어주고, 자기답게 일하는 환경을 함께 만드는 네트워크요. 이미 시작했으니까,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